요즘 충주에서 지나치게 한가롭게 있어.

눈을 뜨면 집에 혼자 있어.
다들 식사를 마치고 부모님은 서점으로
동생은 학교로 떠나고.

난 느긋하게 일어나서 세수도 안하고, 커피도 마시지 않고 컴퓨터를 켜고 음악을 틀어.
때때로 잠들기 전에 틀어놓은 라디오를 계속 듣기도 하고 말이야.

점심을 먹고.
샤워를 하고,
(이건 그때그때 순서가 바뀌어...)
느린 걸음으로 시내를 나와.
살게 있으면 사고, 들를 곳이 있으면 들리고.

그리고 이곳에 들어와서 아메리카노를 시키고 창가 자리에 앉지.


왜 이 자리냐고?
까페는 좁지 않은 편이야.
푹식한 소파자리도 물론 있고 말이야.
근데 혼자 있을때는 이 자리가 좋아.
오후에는 부드럽게 햇볓도 들어오고,
손님이 많은 시간 오랫동안 있어도 눈치 안보이고(이 자리는 창밖만 보이거든),
또, 이 자리는 아래아래층 롯데리아의 무선인테넷이 잡히거든(!!!).


커피 한모금 마시고
노트북 펴서 인터넷도 하고,
뭔가 생각나는게 있으면 쓱싹쓱싹 쓰기도 하고.
(졸업작품 시놉도 아직 안정해 졌거든. 딱 이거다 하는게 없어서... 큰일이야. 큰일... ㅠㅠ)
그렇게 시간이 가는걸 신경쓰지 않고 시간을 보내.

고등학교 때부터 충주에 있을때는 거의 이곳에만 왔어.
커피값도 싸고, 조용하고(대부분 말이야.), 많이 어둡지도 않고.
그리고... 편해.
편한게 이 까페의 가장 좋은점일꺼야.

딱히 할일 없고, 집에 있기는 싫고, 불러낼 사람이 없거나 혼자 있고 싶을 때도.
여긴 편하게 오기 좋은 그런 곳이야.

왠지 내일 점심을 먹고도 여기 와서 이 자리에 앉아 있을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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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to Negro cabernet sauvignon (가또 네그로 까베르네 소비뇽)

칠레

2007


9시쯤 양초를 찾으려고 진열장을 열었는데 맨 아래 이녀석이 보이더라.
마지막으로 와인 마셨던게 언제더라...
찾던 양초는 까맣게 잊어버리고 하나남은 와인잔을 같이 챙겨서 방으로 들어왔다.



여자친구와 마시려고 와인잔 두개를 샀는데 신기하게도 여자친구와 헤어진 다음날 하나가 깨어져 버렸어.
다음주에 이사 갈때도 이 와인잔 챙겨가야 할것 같아.
어디서든 구할수 있는 몇천원짜리 와인잔이지만 내겐 의미있는 물건이니까.
혼자 이 잔으로 와인을 마시면 이별했다는게, 그래서 혼자라는게 더 잘 느껴지지 않을까?
빨리 무디어 지는게 여러모로 좋을테니까.

와인을 그리 많이 마셔보지는 못했지만
마시는게 좋고, 천천히 조금씩 알아가는게 좋아서 와인을 오래오래 사귈 친구로 정했어.

이 와인은 칠레와인이야.
그동안 마셔본 와인이 대부분 칠레와인이어서 그런지 칠레 와인은 처음 접하는 것이라도 부담감이 적은듯해.
품종도 가장 무난한 카베르네 소비뇽...
대량으로 뿌리는 선물용 와인답다는 생각을 했어.
품질에 비해 저렴하고, 무난하고...

그리고 하나 더 라벨이 참 귀여워.


이 까만 고양이 때문에 이 와인이 눈에 확~ 들어왔어.
왠지 정(?)도 가고, 친했던 친구도 생각나고 말이야.

이제 한잔 마셔보아야지.

2주후에는 이사한 집도 어느정도 정리가 되어있겠고.
이시간쯤 혼자 또 어떤 와인을 마시고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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