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청동을 걷다가 우연히 들어간 전시이다.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복층 전시실 벽에 11x14 정도의 사진들이 빼곡히 차 있었다.

사진은 우리네 시골의 사람들,
그들의 먹거리에 대한 내용이었다.

거창한 사진은 없었지만,
사진에서 시골의 삶이,
생명이 느껴졌다.

특별할 것 없는 사진들이 그 앞에 머무르게 하고,
그렇게 머물러서 가만히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뭉클해지고, 미소짓게 되는...
내가 좋아하는 사진들이 있었다.






마음이 힘들때 잠시 들러볼만한 전시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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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명 : 신 오감도전
장소 :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기간 : 2009. 3. 18. ~ 6. 7.
관람료 : 700원 (저렴하죠?? ^^)


미술사 수업 현장학습(?)으로 보러갔던 신 오감도전...
마음의 여유가 없다보니 전시 한번 보러가는것도 이렇게 구실이 있어야 하더라.




햇살이 참 좋더라.
점심시간이라 산책겸 나온 사람들도 많은것 같았다.




햇살 받으면서 밴치위에 앉아있는 사람들.
부럽더라.
^^







광각 렌즈가 없는건 이럴때 아쉽다.




벗꽃이 움트고 있더라.







지각한 민영씨

전시는 2개의 파트로 나누어져 있었다.
part 1. Sensory Illusions (감각의 환영)
part 2. Multiple Sense: Crossing and Blending (다중감각 : 교차와 혼합)

감각의 환영 파트에서는 회화작품들이,
교차와 혼합 파트에서는 설치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개인적으로 설치 미술쪽을 더 좋아하긴 하지만 이 전시는 회화가 중심이 되는 전시에 양념처럼 설치가 곁들여진듯한 느낌을 받았다.

감각의 환영 파트는 소리 이미지, 바람 이미지, 계절 이미지, 미각 이미지 네가지로 분류되어있었다.

- 김환기 작가의 봄의 소리 -
그만이 사용한다는 독특한 청색은 쑥색을 닮아 있는 한국의 청색이었다.
청색 바탕 안에 부드러운 흑과 백으로 피어나는 봄을 나타냈다.
반복적인 패턴, 그 패턴의 작은 변화들.
통일성과 변화로 오는 리듬감으로 작은 교향곡의 느낌이 들었다.

- 한묵 작가의 리듬구성 -
단순한 패턴과 색으로 리듬을 표현했다고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잘 모르겠더라...

- 이준 작가의 굉음 -
어두운 색의 바탕에 원과 사각형으로 구성.
그리고 드문 드문 사용한 원색.
검은색은 산업화로 인한 어두움을...
원색은 남아있는 자연과 앞으로의 희망을 나타낸듯했다.
소음속에 들려오는 작은 휘파람소리를 듣는것 같았다.

- 신영상 작가의 율 -
문살형을 뭉툭한 묵선으로 표현했다.
화면 밖으로 나간 선.
화면 안으로 마무리한 선.
그리고 다른 것들보다 얇은 선으로 만든 작품.
율을 보고 있으니 작품 안으로 들어가 밖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 홍종명 작가의 소음 -
잘 기억안나는걸 보니 힘이 없었나보다...

- 우제길 작가의 리듬 -
입체적 회화였다.
날카로운 소리가 날것 같은 차가운 느낌도 들었다.
샤랑샤랑하는 소리...

- 차명희 작가의 소리 -
젯소 위에 목탄으로 그린 선들.
그 선들이 만들어낸 파문

- 문봉선 작가의 음률 -
한지에 수목으로 그린 버들가지와 잎, 그리고 그 뒤를 흐르는 강물.
편안한 소리가 들려오는 듯한 그림이었다.
개인적으로 수묵화 분위기를 좋아해서 이 작품도 마음에 들었다.

- 이우환 작가의 바람과 함께 -
- 안병석 작가의 바람결 -
- 김호득 작가의 바람 -
- 최덕휴 작가의 초록빛 향기 -
- 윤병락 작가의 여름향기(탐스러운 상자) -
- 황순일 작가의 In a Strange Darkness -
- 이용학 작가의 풍요 -
- 안성하 작가의 작품 -

들도 전시되어 있다.
개인적으로 소리와 바람까지의 작품들이 전시 주제와 개연성을 가지고 있는듯했고,
그 외의 작품들은 무리를 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작품 하나하나의 느낌은 꽤 좋았다.



교차와 혼합 파트는 설치 중심의 작품들이었다.
- 신미경 작가의 비누도자기 -
- 안성희 작가의 정원의 향 -
- 박재웅 작가의 일흔 여섯 개의 마늘종 -
- 손원영 작가의 관계 -
- 김병호 작가의 Silent Pollen-sowing -
- 최승준 작가의 반딧불의 숲 -
- 양민하 작가의 마이클의 놀이 친구들 -
- 전가영 작가의 의자들의 합창 -

그중에 "정원의 향"에서 맡았던 비냄새가 기억에 남는다.



날씨가 좋은 날이었다.
신오감도 전시를 본날은...
아이러니하게도 전시보다 날씨가 더 기억에 남을것 같다.


전시명 : 인물 사진의 거장 카쉬전
장소 :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
기간 : 2009년 3월 4일 ~ 5월 8일


오늘 햇살이 참 따스했다.
지난 3월 21일 상상마당 열린포럼에 참석하고 추첨을 통해 받은 초대권을 가지고 카쉬전에 다녀왔다.

난 영화를 좋아해도 감독과 배우의 이름을 외우려 하지 않고,
그림과 음악을 좋아해도 작가나 작곡가의 이름을 외우려 하지 않는다.
그저 좋아서 많이 보고, 많이 듣고,
심지어 그 그림을 그린 사람의 인생을 쫓아보기도 하지만
난 사람 이름을 외우는 것에는 심히 인색하다.

그 누구들도 그러했듯, 카쉬도 그랬다.
그의 처칠 사진과 헵번의 사진을 좋아했지만 난 그의 이름을 이 전시가 끝나고 외우게 되었다.
아니.
외운것이 아니라, 내가 기억하는 몇 안되는 이름들처럼 내게 스며들었다.




예술의 전당...
3년만인것 같다.
이곳을 마지막으로 찾은건 소극장에서 하던 공연일 때문이었을 꺼다.
그때 공연 사진과 영상을 했던것이 기억난다.




카쉬전은 3층 5전시실이었던것 같다.
매표소 앞은 그리 붐비지 않았다...
하지만 건물 안으로 들어가서는 전시를 보려고 1시간 넘게 서서 기다려야 했다.




계단에서 한 20분...
그리고 길게 늘어선 줄에서 1시간...
그래도 인상적인 사진의 프린트들이 여기저기에 있어 지루하지는 않았다.
가방에 넣어간 서양 미술사 포켓북도 가만히 있는걸 못견디는 날 다독여줬다.




역시 가장 카쉬의 가장 대중적인 사진은 오드리 헵번과 처칠의 사진인것 같다.
두 사진은 포스터로, 대형 프린트로 이곳 저곳을 장식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앞에서서 사진찍을수 있게 뽑아놓은 세로 2M가 넘는 대형 프린트.
장신구 없이도 고고한 아름다움을 풍기고 있는 오드리 헵번...
그의 초상 앞에서 당당히 사진찍는 뭇 여성들을 한번쯤은 만류하고 싶었다.

줄에서 기다리는 시간의 대부분을 이 대형 프린트를 보며 보냈던것 같다.
초상사진은, 특히나 카쉬의 사진은 보는이와 호흡한다.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사진속 인물이 말을 걸어온다.
난 이 고고한 공주님과 짧지 않은 시간동안 마음으로 실갱이를 벌였다.




포스터로 볼때는 조금 부족한듯 했던 처칠의 사진.
하지만 그의 실제 사진을 보고 난 잠시동안 압도당했다.


거의 1시간 30분을 기다리고서야 입장할수 있었다.
카쉬의 인물사진들.
사진속 인물 한사람 한사람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예술가, 정치가, 배우, 당시의 위인들...

어떤 사진은 존재감에 숨이 막힐 지경이었고,
어떤 사진은 감동으로 눈가를 촉촉하게 했다.

사진이 찍히는 그 짧은 시간에 카쉬는 사진속 인물의 일생을 한장의 사진에 담았다.
세계적인 거장을 떠나, 오늘 내가 만난 카쉬는 진정한 예술가였다.




그의 사진중 최고는 이 사진이 아닐까 한다.
말로는 다 설명할수 없는 처칠의 인생이 이 한장의 사진에 들어있다.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그가 존재감있는 목소리로 말을 걸어온다.
"당신은 도대체 무엇인가."
난 과연 그 물음에 답할수 있는가...
난 최선을 다해 살고 있는가...
목표를 가지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는가...




이 사진에서 음악을 들었다.
단순한 음악이 아니다.
그건 세상을 향해 퍼져나가는 아름다움의 극치였다.
첼리스트 파블로 카잘스...
매일 아침 듣는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집이 전시장에 흐르고 있었기에 이 사진이 더욱 크게 다가왔던것 같다.
이젠 바흐의 첼로곡을 들으면 이 사진이 떠오를것 같다.




"내 우물쭈물 하다 이럴줄 알았다."
그 시대에 자신의 묘비에 이런 말을 써넣을수 있는 사람이 버나드 쇼 말고 누가 있었을까?
머리도, 수염도 이미 다 쇠었지만 그의 초롱초롱한 눈은 젊음을 잃지 않고,
오히려 소년의 그것과 닮아있었다.
그가 내게 무슨 농담을 하나 하고 한동안 이 사진 앞을 떠나지 못했다.




"세기의 공주님"
오드리 헵번을 표현할 다른 말이 있을까?
아무 장신구 없이도 고고한 아름다움과 품위는 빛을낸다.

아직 아무것도 몰랐던 여섯살때.
난 이 오드리 헵번과 꼭 닮은 유치원 친구를 짝사랑 했었다.
그래서 추억속 공주님과, 세기의 공주님은 내게 한 사람과 같다.




영국의 위스턴 오든
이 사진에서 그가 어떤 사람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의 표정을 보라.
가만히 보고 있으면 그걸로 느낄수 있다.
그의 삶과... 머지 않아 다가온 죽음까지도...




그의 파란만장한 삶이 그의 눈동자와 표정에 나타난다.
아직도 먼 곳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에서 그가 추구하는 먼 이상을 볼수 있었다.
헤밍웨이는 도대체 몇사람 분의 인생을 산것일까?




난 이사람의 이름이 무엇인지 몰랐고, 아마 몇일이 지나면 다시 잊어버릴 것이다.
하지만 이 사진만은 잊지 못할 것이다.
또 그의 음악과 삶도...

작곡가 "잔 시벨리우스"


모든 사진들이 좋았지만, 위의 7명의 인물들의 7장의 사진은 특히나 각별했다.
그 사진들을 바라보고 있으니, 웃음이 나기도, 눈물이 나기도 했다.
카쉬의 사진을 통해 사진속 그들과 농담과 진심을 이야기 한듯 하다.
삶을 나눈듯 하다.


전시실에 있던 시간은 1시간 30분 정도.
더 보고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극도로 예민해진 상태에서 오래 있다보니 정신적으로 지쳐버린듯 피로가 몰려와 나올수 밖에 없었다.
전시가 끝나기전 사람들이 많지 않을 평일에 다시 한번 찾아가 보고싶다.




저녁때가 다되었는데 줄은 그대로다.
사람들이 많이 몰릴 전시이긴하지만...
다음에 온다면 꼭 평일에...




기념품과 사진집을 팔고 있었는데...
그다지 사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았다.
대형액자는 눈이 갔지만,
집에놓고 보기에 카쉬의 사진은 존재감이 너무 크다.




사람의 인생을 한장의 사진에 담아 영원히 사진을 보는 이들과 대화할수 있게 해주는건 놀라운 마술이 아닐까?

카쉬전을 보며 세월에 스러지는 것과, 영원히 남는것에 대해 생각할수 있었다.

난 어떤 길을 갈것인가.
지금 난 그 기로를 걷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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